목회자코너

508 어느 자원 봉사자


“어느 자원 봉사자”

 

1급 장애인 임종욱(44세)씨의 ‘직업'은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는 가슴 아래 몸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왼쪽 엄지 검지와 오른손 엄지등 손가락 3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손으로 17년째 하루 7-8시간씩 시각장애인들이 시집, 소설등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점자번역'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씨가 장애인이 된 것은 고교 입학을 닷새 남겨둔 74년 2월 말, 부산 초읍동 집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낙상해 목뼈가 부러져 가슴 아래 전신이 마비됐습니다. 당시 돈으로 집 한 채 값을 치료비로 쏟아 부었지만 끊어진 신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책 속에 라디오와 음악으로 소일하기를 11년, 임씨는 85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점자번역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안내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관련 단체에 전화문의를 하자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임씨는 이 때부터 굳어버린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 타자 봉을 끼우고 왼손의 검지를 함께 움직이는 방법으로 보료 위에 엎드린 채 점자번역에 매달렸습니다. 지금까지 번역한 점자책만 무려 1,300여권 입니다. 임씨는 자원봉사를 통해 "몸의 온전한 부분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그래도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임씨는 지난 2000년부터는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와 인연을 맺고 장애를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 '희망의 전달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점자번역과 강연 활동 틈틈이 문학작품 습작도 계속해 92년 5월 월간 '에세이'와, 같은 해 계간 '문학과 의식' 봄호를 통해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래층 제수씨 위층 시아주버니'등 수필집 4권과 시집 1권을 발간했으며, 책의 인세는 모두 백혈병 환자 돕기에 쓰고 있습니다. 임씨는 주변의 추천으로 올해 대구가톨릭 사회복지대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당초 수상을 극구 사양하다 상금 1,000만원을 받으면 '부산 백혈병 가족 쉼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수상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임씨는 "오랜 투병 뒷바라지로 힘든 백혈병 환자 가족이 하루쯤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건강한 사람도 임씨만큼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장애인이란 ‘자기 몸과 정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바로 장애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있고 없음을 중요하게 따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신체로 무엇을 하는가 입니다. 주님은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을 택하셔서 건강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심을 깨닫습니다.

 

한무리 목양실에서 박목사 드림 (508호, 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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